- 맨발 -
김간사의 Life Insights
- 맨발 -
철야 시간에 저랑 허물없이 지내는 팀원 한명이 옆자리에 오더니 갑자기 신발을 벗는 것입니다.
한참을 벗고 있어서 맨발이었기에 땀이 차서 그런가 보다 싶었지만 자꾸 눈에 거슬려 "신발 안 신을거니?" 물어 보았는데 버럭 화를 내며 안 신겠다고 하는 겁니다. 좀 어이가 없어서 한 참 후에 다시 계속 신발 안 신고 그렇게 있을꺼냐니깐 왜 자꾸 그러냐는 겁니다. 쫌 기가 막혀서 가만히 있다가 말씀이 끝난 후 진짜로 신을 안 신고 그렇게 있을꺼냐고 했더니 당당하게 그럴꺼라고 합니다.
기도하는데 집중도 안 되고 자꾸 옆자리에 꼼지락 거리고 있는 벗은 맨발이 눈에 들어오면서 제 기도가 안 되는 것입니다.ㅠ
해서 결국 3층에서 기도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리를 떴습니다.
하지만 계속 저의 마음 속에는 분노가 일어나면서 기도가 안 되었습니다.
신을 벗는 것은 그의 자유이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 중 누군가에게는 고역이 될 수 있습니다.
그가 신을 벗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. 그런데 그가 자기의 땀 찬 맨발을 숨쉬게 하겠다는 작은 욕심으로 인해 그 자리의 평안을 깨놓은 것입니다.
만약에 그가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요?
"아~ 간사님.. 지금 편안한 복장 차림으로 오다 운동화에 양말을 안 신고 맨발로 와서 땀이 차 답답 해 잠시 벗었으니 조금 후에 다시 신을께요.."
아 진짜.. 이렇게 했다면 내가 그에게 악의를 가진 것도 아니고, 왜 그를 이해하지 못했겠습니까? 그런데 그는 전혀 미안하다는 기색도 반성하는 마음도 없이 오히려 그런것도 이해하지 못하냐는 듯 큰 소리치는 것입니다.
그를 어떻게 할까?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게 좋을까? 기도했습니다.
기도하면서 문득 하나님과 저와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.
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일이 어쩌면 하나님께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. 나의 사소한 죄가 하나님과의 골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그리고 그 죄를 바로 회개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금이 가 있을 것이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.
그가 곧바로 저에게 "아.. 미안해요.." 란 한마디면 다 해결 되는 것입니다. 그런데 무슨 자존심인지 만용인지 그는 그 단어를 입밖에 내지 않았습니다.
우리도 그렇습니다. 잘 못했을 때 그것을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면 안됩니다.
사소한 것도 하나님께 고하고 잘못을 구한다면 하나님은 그 즉시 이해해 주시고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.
용서를 구하지 않는 것, 회개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 문제입니다.
마치 우리 아이가 내 기준에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"이러 이렇게 해서 죄송해요~ㅠ" 한다면 얼마나 귀엽고 이쁘겠습니까?
그 친구는 예배 후 다시 만났을 때 오히려 나에게 친한 척 합니다.
마치 그런 일이 있었는냐는듯한 투로 예전처럼 허물없이 다가옵니다. 하지만 제 마음에는 그를 예전처럼 대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.
그냥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...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할까??
시간이 지난 지금 저는 그를 용서했습니다. 그리고 그 일은 하나님께 대한 저의 행동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귀한 계기가 되었습니다.
아무리 사소한 잘못도 하나님께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하겠습니다.
그리고 저에게는 별 문제가 안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싫어하는 모습이 될 수 있고,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.
당사자가 상처를 받았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그에게 용서를 구하겠습니다.
나의 미숙한 행동과 어리석은 모습들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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